그날은 퇴사 후 집 근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한잔 하며 이력서를 쓰고 있던 그 때였습니니다. 배운게 도둑질이라는 말이 있지요. 의류무역회사가 있는 쪽으로는 소변도 보기 싫었지만 그날도 여전히 다른 의류무역회사들의 채용 공고들을 보고 있었습니다. 그러던 중 전 직장 회사 같은 팀 이셨던 과장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.
"혁아 놀고 있니?"
"네 놀고 있습니다 과장님"
"너 내 동생이랑 일해보지 않을래?"
과장님 동생분이 변호사이고 현재 법무법인에서 같이 일을 도와줄 직원을 뽑고 있는데 한 번 얘기 나눠 보는게 어떠냐고 하셨습니다. 저의 어떤 면을 보고 연락주셨는지 모르겠지만, 그리고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, 일단 전화번호를 받고 면접일정을 잡았습니다.
오랜만에 정장을 차려입고 사무실로 찾아뵜습니다. 변호사님과 마주 앉아서 자기소개를 간단히 했습니다. 변호사님은, 보통 변호사들이 하시는 여러가지 송무 (민사, 형사 등 수임 건들) 이외에도 외국인 업무 같은 좀 더 다양한 분야와 사업에도 관심이 있으신 분이셨는데 본인이 하는 여러가지 일들을 도와주면 좋다고 하셨습니다.
면접 후 저는 고민 했습니다. 기존에 다니던 회사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조직에서 일을 했을 때의 불안정성이 마음에 걸렸고 여태까지 다져왔던 경력과는 단절된 다른 일을 처음부터 시작 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도 들었습니다. 하지만 저는 저 자신한테 다시 되물었습니다.
"너 그 지긋지긋한 일, 계속 할래?"
"그 일 얼마나 할 수 있을 것 같아?"
"너가 맨날 입에만 달고 살던 니가 하고 싶은 일 언제 준비할래?"
여태까지 해왔던 일은 업무 성취감보다 회의감이 더 들었고, 이 일을 5년 10년 이상 열심히 해 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. 또 다른 일을 경험하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 들은 준비하고 싶었습니다. 나중에 정말 등 떠밀려서 치킨집을 차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. 그리하여 변호사님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법무법인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.
기회를 냉큼 잡고 어느새 8개월이 지났습니다. 제가 지금 이렇게 즐겁게 일을 하게 된 데에는, 기회가 다가왔을 때, 선택 시 생길 큰 변화에 대해 두려움을 떨쳐내고 저에게 닥친 상황을 긍정적으로 감사하며 겸허이 받아들여서였던 것 같습니다. 변화를 두려워하면 아무 좋은 일도 생기지 않습니다. 기회는 다가왔을 때 냉큼 잡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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